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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해원의 말글 탐험] 설은 그냥 설일 뿐, 舊正이라니…
이름: 한스터디    작성일자: 2017-02-01 05:57    조회수: 528    
[양해원의 말글 탐험] 설은 그냥 설일 뿐, 舊正이라니…
 
 
공휴일 아닌 설이 이상했다. 구정(舊正)이라 부르는 것도 영…. 모처럼 친척 집 오가며 명절(名節) 음식 실컷 맛보기가 마음 같지 않았다. 웬만해선 뵙기 어려운 세종대왕이 그래서 더 반가웠다. 신정(新正)처럼 사흘 쉬면 그 만원짜리 세뱃돈 얼마쯤 늘어나려나. 어린 마음은 얄팍했다. 겨울방학이 끝났는데 설이 오면 심통마저 났다. 학교 가야 했으니까.

고등학생이 돼서야 알았던가. 이 신정·구정이 일제(日帝)의 간악(奸惡)한 노림이었음을. '식민지 조선의 얼이 담긴 전통을 내버려둘 수 없다. 설은 그냥 구정이라 불러라. 대신 우리처럼 양력 1월 1일을 신정 명절로 쇠라.'

되찾은 나라에서도 우리는 설을 오롯이 되찾지 못했다. 이중과세(二重過歲) 막는다며 정부가 여전히 양력 1월 1일을 명절로 강요했기 때문이다. 1985년에 겨우 '민속의 날'로 공휴일이 되긴 했지만, 제 이름을 공식으로 되찾은 때는 1989년. 악랄한 식민(植民) 지배기보다 긴 세월을 견뎌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