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홈 > 학습지원 센터 > 한국어뉴스

한국어뉴스

[공감]우리는 ‘같은 언어’를 쓰고 있는가
이름: 한스터디    작성일자: 2017-02-02 02:15    조회수: 734    
[공감]우리는 ‘같은 언어’를 쓰고 있는가

지금은 사라진 서울 을지로의 국도극장에서 엄마가 일했던 건 1980년대 초반이었다. 어느 방학엔가 우리는 엄마가 일하는 극장에서 영화를 보았다. <뽀빠이와 토순이의 세계일주>라는 영화였다. 영화를 보는 동안 엄마가 우리가 잘 앉아 있는지 확인하느라 몇 번인가 비상구를 통해 들어왔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좀 헷갈린다. 우리가 앉아 있던 곳이 비상구 근처의 좌석이었는지 아니면 비상구 근처의 계단이었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무려 사남매였다. 엄마는 한때 그 극장의 청소노동자였다. 청소노동자에게도 네 장이나 되는 초대권을 줄 정도로 인심이 넉넉했던 시절인지 아니면 청소노동자가 극장 계단에 자신의 자녀를 앉혀놓는 정도는 눈감아주는 인정의 시절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언제나 형편을 뛰어넘는 엄마의 자존심을 생각하면 전자였지 싶다. 아니다. 엄마가 표를 샀을지도 모른다. 그 극장에서 영화를 본 기억이 그날이 유일했던 걸 보면 그랬을 수도 있다. 엄마가 극장에서 청소를 해서 영화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이 문장이 내가 이해한 그날의 정황 전부다. 엄마 덕분에 처음 접한 대형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낯선 세계의 모험이 신기하고 또 신기하기만 했다. 엄마가 극장에서 청소를 하는 사람이라서 좋았다. 

>>관련기사바로가기(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