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8년 8월 초부터 서울 거리 곳곳에서 경찰관과 상점 주인들의 실랑이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했다. 한자 간판이 걸린 식당, 술집, 양복점 등 가게마다 경찰이 들이닥쳐 "즉시 한글 간판으로 바꾸라"고 강요하자 업주들이 반발한 것이다. "한자 간판을 없애자"는 가두 확성기 방송까지 실시됐다. 신문은 "서울 장안 동리와 거리마다 간판 개작 때문에 야단법석 대소동이 일어났다"고 보도했다.
사태의 불씨는 1957년 말 확정된 '한글전용 실천요강'에 있었다. 1948년 제정된 '한글전용에 관한 법률'의 적용 범위를 구체화해 공공 기관뿐 아니라 관공서 감독 밑에 있는 민간 업체에 대해서도 한글전용을 권하도록 했던 것이다. 특히 건국 10주년을 맞는 1958년 8월 15일이 다가오자 이승만 정부는 "기념일까지 모든 한자 간판을 한글로 바꾸겠다"며 강력하게 밀어붙였다. 경찰은 야당 당사에도 찾아가 '民主黨(민주당)'이라는 한자 간판을 한글로 고치라고 요구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경찰은 아직 '自由黨(자유당)'이란 여당 간판은 못 봤느냐"며 쓴웃음을 지었다.
>>관련기사바로가기(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