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 시절 헌책방 앞을 지나다 보면 국어사전이나 영어사전은 대개 책방에서 눈에 띄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만큼 찾는 사람이 많았다는 뜻일 게다. 중고(中古)라도 사전은 새것과 가격 차이가 크지 않았다. 환금(換金)이 보장되는 책이다 보니 용돈 궁한 친구들 중에는 멀쩡한 사전을 헌책방에 넘기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곤 집에 가서는 "잃어버렸다"며 또 용돈을 타냈다. 1970년대 초 정부가 사전을 '소비자 물가'를 측정하는 품목 중 하나로 지정했던 무렵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