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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호 어문기자의 말글 나들이]빌리다
이름: 한스터디    작성일자: 2016-08-30 05:36    조회수: 902    
정부가 25일 가계 부채 대책을 내놓았다. 주택 공급을 줄여 집을 사기 위해 돈을 빌리는 수요를 잡겠다는 게 골격이다. ‘(돈 등을) 빌리다.’ 한데 이 말, 언중의 말 씀씀이가 낱말의 쓰임새를 바꿔버린 경우다.

예전엔 ‘빌다’는 남의 물건을 돌려주기로 하고 가져다 쓰는 것이고, ‘빌리다’는 내 물건을 돌려받기로 하고 남에게 내어 준다는 뜻이었다. 사람들이 둘의 쓰임새를 구분하지 못하자 1988년 표준어 규정은 두 단어의 의미를 모두 담은 말로 ‘빌리다’만을 표준어로 삼았다. 그러니 나중에 청산할 것을 전제로 남에게서 돈을 가져왔을 때도, 남에게 돈을 주었을 때도 ‘빌리다’가 맞다. ‘빚쟁이’도 그렇다. 남에게 돈을 빌려준 사람이나 빚진 사람 모두를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말글살이가 편리해지는 건 좋은데 혼동하기 쉬운 것도 사실이다.